AI 활용

AI 활용의 걸림돌은 이제 사람 — 페이블 5 사용법과, 모르면 뒤처지는 '온톨로지'

2026.07.06 15:06:11
AI가 아무리 좋아져도 결과물이 아쉬웠다면, 문제는 AI가 아니라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푸는 개인의 기술(클로드 페이블 5 사용법)과 회사의 기술(온톨로지)을 한 번에 소개합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AI에게 일을 시켰는데, 분명 말은 잘 알아들은 것 같은데 결과물이 영 엉뚱했던 경험이요.

"요약해줘"라고 했더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빠지고,

"보고서 써줘"라고 했더니 우리 회사 방식과 전혀 다른 형식이 나오는 식입니다.

지난 6월, AI 회사 앤트로픽이 역대 최강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 5(Claude Fable 5)'를 공개했습니다.

이 모델은 너무 막강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만 써야 한다며, 자국인 외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었죠.

(물론 지금은 다시 외국인도 쓸 수 있게 개방했으나, 구독제로는 7월 7일까지만 쓸 수 있는 한정판 모델입니다.)

이 포인트에서 재미있는 것은 앤트로픽에서 AI 개발 도구 '클로드 코드'를 만드는 개발자가 직접 쓴 사용법의 결론입니다.

"이제 결과물의 품질을 가르는 건 AI 성능이 아니다. 사용자가 '자신이 뭘 모르는지'를 얼마나 명확히 아느냐다."

AI가 최강이 됐더니, 병목이 사람 쪽으로 넘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글은 이 문장에 대한 이해를 위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AI 활용의 걸림돌은 이제 사람 — 페이블 5 사용법과, 모르면 뒤처지는 '온톨로지' 설명 이미지 1

원문 : https://x.com/trq212/status/2073100352921215386

[1]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페이블 5(Claude Fable 5)를 만든 앤트로픽의 개발자 Thariq(타리크)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 여기서 '지도'는 우리가 AI에게 건네는 지시문(프롬프트)입니다. '영토'는 실제 일이 벌어지는 현장이고요. 우리 회사의 문서 양식, 결재 관행, 부서 간 관계, 상사의 취향 같은 것들이 전부 영토입니다.

문제는 지도와 영토 사이에 늘 빈틈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지시문을 잘 써도, 현장의 모든 사정을 다 적을 수는 없으니까요. AI는 이 빈틈을 만나면 '아마 이런 뜻이겠지' 하고 스스로 추측해서 채웁니다. 그 추측이 빗나가면? 엉뚱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AI 활용의 걸림돌은 이제 사람 — 페이블 5 사용법과, 모르면 뒤처지는 '온톨로지' 설명 이미지 2

[2] 내가 모르는 것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Thariq는 이 빈틈을 네 칸으로 나눕니다.

✅ 아는 걸 아는 것 — 지시문에 이미 적은 내용. 문제없음.
✅ 모르는 걸 아는 것 — "아직 못 정했다"는 걸 스스로 아는 부분. 정하면 됨.
⚠️ 아는데 안 적는 것 — 너무 당연해서 굳이 안 썼지만, 결과물을 보면 "어? 이건 아닌데" 싶은 것들.
⚠️ 아예 모르는 것 — 고려조차 못 한 영역. 뭘 물어야 할지도 모르는 것들.
AI 활용의 걸림돌은 이제 사람 — 페이블 5 사용법과, 모르면 뒤처지는 '온톨로지' 설명 이미지 3

앞의 두 칸은 쉽습니다. 문제는 뒤의 두 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행사 안내문 써줘"라고 시켰다고 합시다.

'아는데 안 적는 것'의 예: 우리 회사 안내문은 항상 대표이사 인사말이 먼저 옵니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지시문에 안 씁니다. 그런데 AI는 모릅니다.

'아예 모르는 것'의 예: 알고 보니 작년에 비슷한 행사에서 문구 하나 때문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실 자체를 모르니, AI에게 피하라고 말해줄 수도 없습니다.

AI 결과물이 이상했던 대부분의 경우, 원인은 이 두 칸에 있습니다. AI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말해주지 않은(혹은 나도 몰랐던) 정보를 추측으로 메웠기 때문입니다.

[3] 개인이 쓸 수 있는 기술 4가지 — 페이블 5 사용법

그럼 이 빈칸을 어떻게 줄일까요? 개발자가 공개한 방법 중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는 4가지만 추렸습니다.

1
사각지대 훑기 — "내가 놓친 게 뭔지 먼저 물어보기"

낯선 일을 시작할 때, 일을 시키기 전에 이렇게 먼저 물어봅니다.

"나는 이 주제를 처음 접하는 총무팀 직원이야.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놓치고 있을 만한 것, 미리 알아야 할 함정을 알려줘."

AI는 나보다 빨리, 넓게 자료를 뒤질 수 있습니다. 내 사각지대를 AI에게 열어달라고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2
인터뷰 시키기 — "나한테 질문하게 만들기"

내 머릿속에만 있고 말로 안 꺼낸 조건들이 있습니다. 이걸 꺼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작업 시작 전에, 애매한 부분을 한 번에 하나씩 나를 인터뷰해줘. 특히 답에 따라 방향이 크게 바뀔 질문부터."

AI가 되묻게 만들면, '아는데 안 적은 것'들이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3
시제품 먼저 보기 — "말로 설명 못 하면 일단 보기"

"보면 아는데 말로는 설명 못 하겠는" 것들이 있습니다. 디자인, 문서 톤 같은 것들이요. 이럴 땐 완성본을 기다리지 말고, 서로 다른 방향의 초안을 3~4개 먼저 뽑아달라고 해서 고르는 게 빠릅니다.

4
계획서 먼저 받기 — "일 시작 전에 계획부터 확인"

큰 작업일수록 바로 시키지 말고 "먼저 작업 계획을 보여줘. 내가 수정할 가능성이 높은 결정부터 앞에 적어줘"라고 합니다. 다 만들고 고치는 것보다 계획 단계에서 고치는 게 훨씬 비용이(토큰) 저렴합니다.

AI 활용의 걸림돌은 이제 사람 — 페이블 5 사용법과, 모르면 뒤처지는 '온톨로지' 설명 이미지 4

[4] 그런데, 이걸 매번 해야 할까요?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좋은 방법인 건 알겠는데... 문서 하나 만들 때마다 이걸 다 해야 해?"

맞습니다. 위의 기술들은 전부 '그때그때' 빈칸을 줄여나가는 개인기입니다.

내가 오늘 인터뷰로 알아낸 우리 회사의 규칙을, 옆자리 동료는 내일 또 처음부터 알아내야 합니다.

부서마다, 사람마다, 매번 지도를 새로 그리는 셈입니다.

그래서 나온 질문이 이겁니다. "지도를 한 번 제대로 그려서, 회사 전체가 돌려쓸 수는 없을까?" — 이 질문의 답이 바로 '온톨로지'입니다.

[5] 온톨로지: 회사의 지도를 그리는 기술 💡 온톨로지(Ontology)란? 원래는 철학 용어로 '존재론', 즉 "세상에 무엇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어떤 관계인가"를 따지는 학문입니다. IT에서는 의미가 구체적입니다. 우리 조직에서 다루는 개념들의 사전 + 개념들 사이의 관계도 + 지켜야 할 규칙, 이 세 가지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한 것을 말합니다.

말이 어려우니, 우리 회사 상황으로 바로 예를 들겠습니다.

(1) 개념 사전: "단어의 뜻을 하나로 통일" '대리'라는 단어를 생각해봅시다. 회사 밖에서 '대리'는 대리운전일 수도, 법정대리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대리'는 직급입니다. 온톨로지는 이렇게 우리 조직에서 쓰는 단어의 뜻을 하나로 못 박아두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발주', '기안', '전결', '품의' 같은 단어들, 신입사원이 처음 들으면 하나도 모릅니다. AI도 똑같습니다.

(2) 관계도: "개념끼리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의"

직원은 → 부서에 소속된다 / 부서는 → 사업부에 속한다 / 품의서는 → 반드시 기안자가 있다 / 계약은 → 계약 상대방과 담당 부서가 있다.

이렇게 "A는 B와 이런 관계다"를 그물망처럼 엮은 것이 관계도입니다. 이 그물망 덕분에 " 본사 관련 계약 중 올해 만료되는 것의 담당 부서는?"처럼 여러 개념을 건너뛰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게 됩니다.

(3) 규칙: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명시"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실제 기준은 당사 전결 규정을 따릅니다.)

발주는 승인된 예산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 일정 금액 이상의 계약은 임원 결재가 필요하다 / 퇴직한 직원은 결재선에 들어갈 수 없다.

사람에게는 상식이지만, AI에게는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입니다.

이 규칙이 있으면 AI가 "퇴직자를 결재선에 넣은 문서"를 만들려고 할 때 걸러낼 수 있습니다.

AI 활용의 걸림돌은 이제 사람 — 페이블 5 사용법과, 모르면 뒤처지는 '온톨로지' 설명 이미지 5

그래서 이게 AI랑 무슨 상관이냐면 앞에서 본 '아는데 안 적는 것', 기억나시죠?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말 안 하는 우리 회사의 상식들이요.

조직에서는 이걸 '암묵지'라고 부릅니다. 💡 암묵지(暗默知)란? 문서로 적혀 있지 않지만 구성원들이 몸으로 아는 지식입니다. "우리 회사 보고서는 결론부터 쓴다" 같은 것들. 반대로 문서로 정리된 지식은 '형식지'라고 합니다.

온톨로지는 한마디로, 조직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꿔서 AI가 읽을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이해를 돕는 비유 하나. AI는 '말은 아주 잘하는 신입사원'입니다.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지만, 우리 회사는 처음입니다.

이 신입에게 매번 옆에 붙어서 하나하나 알려주는 게 앞의 '개인기 4가지'라면,

온톨로지는 잘 만든 업무 매뉴얼을 첫날 건네주는 것입니다.

매뉴얼이 있으면 누가 이 신입과 일하든 같은 품질이 나옵니다.

실제 효과는 세 가지입니다.

✅ 첫째, AI가 '우리 회사 말'을 알아듣습니다. 같은 질문을 해도 인터넷 평균의 답이 아니라 우리 조직 기준의 답이 나옵니다.
✅ 둘째, 그럴듯한 거짓말(환각)이 줄어듭니다. AI는 모르는 걸 아는 척 지어내는 습성이 있는데, 온톨로지의 규칙이 심판 역할을 해서 어긋나는 답을 걸러냅니다.
✅ 셋째, 검색이 아니라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온톨로지가 있으면 "A부서 → B프로젝트 → C계약"처럼 관계를 타고 건너가며 답을 찾습니다.

💡 환각(할루시네이션)이란?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자신 있게 말하는 현상입니다. 없는 규정을 있다고 하거나, 없는 자료 출처를 지어내는 식입니다.

그럼 이 온톨로지 라는 것을 어떻게 만드나요? 거창하게 들리지만, 시작은 소박합니다.

1
좁은 영역 하나만 고릅니다. '계약 관리'나 '채용 절차'처럼 가치가 높고 범위가 좁은 업무 하나부터.
2
현업 담당자가 쉬운 말로 적습니다. "품의서에는 반드시 기안자가 있다" 수준의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주인공은 IT 부서가 아니라 현업입니다.
3
AI에게 변환을 맡깁니다. 과거에는 전문가와 큰 비용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이 변환 작업 자체를 AI가 해줍니다.

[마무리] 우리에게 남는 질문 하나 심리학에 '조하리의 창'이라는 오래된 이론이 있습니다(1955년 심리학자 조셉 루프트와 해링턴 잉햄이 제안).

사람의 자기 인식을 네 칸으로 나누는데, 그중 '나는 못 보지만 남은 보는 영역'을 맹점이라고 부릅니다.

이 맹점은 혼자서는 못 줄입니다. 반드시 타인이 말해줘야 줄어듭니다.

AI 시대에 이 이론이 다시 선명해집니다. 개인의 맹점은 AI에게 "내가 놓친 게 뭐야?"라고 물어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의 맹점, 즉 아무도 적어두지 않은 회사의 암묵지는 온톨로지로 줄입니다.

AI 성능은 이미 충분히 좋아졌습니다. 이제 질문은 "어느 회사의 AI가 더 좋은가"가 아니라 "어느 회사가 자신들의 업무 지도를 먼저 그리는가"입니다.